
<개 요>
EU 집행위원회가 6년 가까이 준비해 온 「화학물질의 등록·평가·허가·제한(REACH)」 규정(EC No. 1907/2006)의 전면 개정 계획을 사실상 접었습니다. 전면 개정안 자체가 제출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결정은 '규제 완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본문 개정이 멈춘 자리를 부속서(Annex) 개정과 집행·통관 강화가 채우고 있고, 실제로 기업이 대응해야 할 개별 조치는 오히려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1. 결정의 내용과 배경
로스발 집행위원은 ENVI에서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이 필요한 시점에 대규모 개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대신 위원회절차(comitology)를 통한 단순화·현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무산 배경
- 규제심사위원회(RSB)의 부정적 의견
- 일정의 반복적 이월
- 산업계 반발과 경쟁력 논리
2. 사라진 것과 남은 것
본문 개정이 필요한 다음 항목들은 당분간 논의 테이블에서 내려갔습니다.
- 고분자(폴리머) 등록 의무화 — 현재 등록 면제 대상인 폴리머를 등록 체계로 편입하려던 구상
- 등록 유효기간 설정, 허가·등록 절차의 구조 개편
- '필수 사용(essential use)' 개념의 법제화
반면 부속서 개정만으로 가능한 항목은 살아 있습니다.
- 저톤수 구간(1~10톤, 10~100톤)의 정보 요구사항 강화
- 혼합물 할당계수(MAF) 도입
저톤수 데이터 요건 강화는 부속서 VII~VIII 개정으로 처리 가능하므로, 소량 등록 기업일수록 향후 시험자료 부담이 커질 여지가 있습니다.
3. 부속서 XVII CMR 제한 확대 (초안 진행 중)
집행위원회는 2026년 1월 9일 REACH 부속서 XVII 개정 초안을 공개했습니다. CLP 위임규정 (EU) 2024/2564(2026년 5월 1일 적용) 및 (EU) 2025/1222(2027년 2월 1일 적용)로 신설된 조화분류를 반영해, 항목 28~30의 부록 1·2·4·6에 신규 CMR 물질을 추가하는 내용입니다.
부속서 XVII 항목 28(발암성)·29(생식세포 변이원성)·30(생식독성)은 CMR 1A·1B 물질 및 이를 일정 농도 이상 함유한 혼합물의 소비자 대상 공급·사용을 금지합니다. 산업용·전문가용 공급은 원칙적으로 대상이 아니지만, 소비자 판매 채널을 거치는 제품은 전면 검토가 필요합니다.
주요 추가 물질
| 부록 | 분류 | 물질 (EC 번호 / CAS 번호) |
|---|---|---|
| 부록 1 | 발암성 1A | 플루오로에틸렌(비닐 플루오라이드) 200-832-6 / 75-02-5 |
| 부록 2 | 발암성 1B | 1; 크롬산 바륨 233-660-5 / 10294-40-3; 1,1-디클로로에틸렌(비닐리덴 클로라이드) 200-864-0 / 75-35-4 |
| 부록 4 | 생식세포 변이원성 1B | N,N′-메틸렌비스아크릴아마이드 203-750-9 / 110-26-9; 인산 트리메틸 208-144-8 / 512-56-1 |
| 부록 6 | 생식독성 1B | 붕산 트리메틸 204-468-9 / 121-43-7; 과붕산나트륨 계열(무수·일수화물·삼수화물·사수화물 등); 과붕산메타나트륨 231-556-4 / 7632-04-4; 아산화질소(N₂O) 233-032-0 / 10024-97-2; tert-부틸 퍼옥시-2-에틸헥사노에이트 221-110-7 / 3006-82-4; 2,3-에폭시프로필 이소프로필 에테르 223-672-9 / 4016-14-2; 2-브로모-3,3,3-트리플루오로프로프-1-엔 – / 1514-82-5; 나트륨 3-(알릴옥시)-2-하이드록시프로판설폰산염 258-004-5 / 52556-42-0; 테트라하이드로퍼퓨릴 메타크릴레이트 219-529-5 / 2455-24-5; 인산 트리메틸 208-144-8 / 512-56-1 |
인산 트리메틸이 부록 2·4·6에 모두 등재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난연제·가소제·합성 중간체로 널리 쓰이므로 BOM 단위 추적이 사실상 필수입니다. 다중벽 탄소나노튜브는 치수 요건이 붙어 있어, 자사 제품이 해당 규격에 들어가는지 물성 자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혼합물 판정 방식 변경
초안은 혼합물 농도 한도 판정에 CLP 가산성 원칙을 명시적으로 반영합니다. 개별 물질이 각각 한도 미만이더라도 동일 분류의 CMR 물질이 복수로 들어 있으면 합산 평가되어 제한 대상에 걸릴 수 있습니다. 단일 성분 기준으로만 관리해 온 기업은 판정 로직 자체를 손봐야 합니다.
적용 제외
아산화질소는 생식독성 1B로 분류되었으나, 식품첨가물(E 942) 용도에 대해 카트리지 용량 상한, 1인당 1일 공급량 상한, 연령 제한을 조건으로 한 적용 제외가 부록 11에 제안되었습니다. 식품용 에어로졸 분사제 및 아산화질소를 사용해 제조한 식품, 그리고 등록 참가자에 한정한 모터스포츠 용도에도 제한적 예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정
의견수렴은 2026년 2월 6일 종료되었고, 2026년 4월 29일 REACH 위원회에서 논의·표결이 진행 되었습니다. 위임규정 (EU) 2025/1222에 근거한 부분은 2027년 2월 1일부터 적용됩니다. 본고 작성 시점(2026년 8월 초) 기준 최종 채택 및 관보 게재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발효일은 관련 법령에서 별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4. 시험방법 규정 개정 — 규정 (EU) 2025/2573
2025년 12월 18일 채택되어 12월 19일 관보에 게재된 규정 (EU) 2025/2573이 시험방법 규정 (EC) No 440/2008의 부속서를 개정했습니다. 관보 게재 20일 후인 2026년 1월 8일 발효되어 전 회원국에 직접 적용됩니다. 등록 자료 작성 시 인용할 수 있는 시험법 목록이 바뀌었다는 뜻이므로, 신규 시험 발주 전에 확인이 필요합니다.
인체건강 시험법 개편 (안구 손상·자극, 피부 감작)
안구 손상/자극 in vitro 항목에 TG 467(통합 접근법)과 TG 496(고분자 시험법)이 반영되었고, 피부 감작 in vitro 항목이 TG 442C·442D·442E 2024년판 기준으로 정비되었습니다.
2024년 OECD 개정판 반영 (7종)
TG 403(급성 흡입독성), TG 442B(국소림프절 시험: BrdU-ELISA/FCM), TG 442C, TG 442E, TG 492 및 TG 492B(재구성 인체 각막유사상피, RhCE), TG 493(인체 재조합 에스트로겐 수용체 결합 시험).
나노형태 분진성 시험 표준 추가
작업장 노출 관련 EN 17199 시리즈 중 -2(회전드럼법), -3(연속낙하법), -4(소형 회전드럼법), -5(볼텍스 셰이커법) 2019년판이 추가되었습니다. 나노형태를 등록·갱신하는 기업은 분진성 데이터 산출 근거를 이 표준에 맞춰야 합니다.
5. 등록 자료(dossier) 갱신 의무
REACH 등록은 번호를 받으면 끝나는 절차가 아니라, 물질·용도·분류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갱신해야 하는 지속 의무입니다. REACH 제22조 제1항의 "지체 없이"라는 표현은 이행규정 (EU) 2020/1435(2020년 10월 12일 관보 게재)로 구체적 기한이 확정되었습니다.
갱신 사유별 제출 기한
| 갱신 사유 | 기한 |
|---|---|
| 등록자 지위·신원(법인 변경, 공급망 내 역할 등) 변경 | 3개월 |
| 물질 조성의 유의미한 변경 | 3개월 |
| 톤수 구간 변경 / 제조·수입 중단 | 3개월 (부속서 IX·X 시험 필요 시 시험계획서 6개월) |
| 신규 확인 용도 및 권고하지 않는 용도 추가 | 3개월 |
| 인체건강·환경 위험에 관한 새로운 지식 | 6개월 (주도등록자 책임) |
| 분류·표시 변경 | 조화분류: 해당 분류 적용 개시일까지 / 자가분류: 결정일로부터 6개월 |
| 화학안전보고서(CSR)·안전사용지침(GSU) 갱신 | 12개월 |
| 부속서 IX·X 시험계획서 제출 | 6개월 (물질군 시험전략은 12개월) |
| 등록 정보 접근 권한(기밀성 주장)변경 | 3개월 |
| REACH 부속서 개정에 따른 자료 요건 변경 | 해당 개정의 적용 개시일까지 |
공동제출(joint submission) 구성원의 별도 기한
공동제출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갱신이 주도등록자(LR) 자료 갱신에 종속되는 경우, ECHA가 LR 자료 갱신을 수리했다고 통보한 날부터 다음 기한이 적용됩니다.
- 3개월: 신원·조성·톤수 구간·용도·새로운 위험 정보·분류표시·정보 접근 권한 변경에 따른 갱신
- 9개월: CSR 또는 GSU의 갱신·수정이 필요한 경우
- 9개월: 위 3개월 항목 중 하나가 기존 CSR·GSU 수정을 유발하는 경우
LR 자료 갱신이 구성원의 갱신 시계를 작동시키는 구조이므로, 컨소시엄으로부터 갱신 통지와 IUCLID·CSR 파일을 받는 즉시 사내 검토를 개시해야 합니다. 반대로 갱신 비용 분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공동제출 자료 참조권을 잃고, 등록번호와 시장 접근권까지 상실할 수 있습니다.
점검할 항목
- 톤수 구간 — 전년도 실제 제조·수입량 기준으로 등록 구간이 여전히 맞는지 매년 확인. 상향 시에는 조회(inquiry) 절차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하향 조정에는 별도 기한이 없으나, ECHA 항소위원회(BoA) 결정례상 하향 사유를 입증할 근거 자료(수주 실적, 생산 계획 등)를 남겨 두는 것이 유리합니다.
- 용도 커버리지 — 자사 및 하위 사용자의 용도가 LR 자료 3.5절에 포함되어 있는지, 위험물질이면 해당 용도의 노출 시나리오가 있는지 확인. 자사 자료에는 자사 용도만 기재해야 합니다.
- 조성 및 분석 자료 — 자사 조성이 LR의 경계 조성(SIP) 범위 안에 있는지, 자사가 EU 시장에 공급하는 물질 시료로 생성한 분석 자료가 1.4절에 있는지 확인.
- SDS·eSDS 전달 기록 — 위험물질이고 연 10톤 이상 등록이면 노출 시나리오가 포함된 eSDS가 필요하며, 변경 시 공급망 전달 이력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 조화분류 갱신 추적 — 집행위원회는 매년 기술진보적응(ATP)으로 CLP 조화분류를 개정합니다. 조화분류 변경에 따른 자료 갱신 기한은 해당 분류의 적용 개시일이므로, ATP 공표 시점부터 역산해 일정을 잡아야 합니다.
6. 그 밖의 진행 사안
PFAS 광범위 제한.
사회경제성분석위원회(SEAC)가 3월 10일 초안 의견을 채택했습니다. SEAC 최종 의견은 2026년 말로 예상됩니다. 두 의견이 집행위원회에 제출되면 제한 규정안 작성과 REACH 위원회 가중다수결 표결이 이어집니다. 로스발 집행위원은 소비자 제품 용도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수수료 인상 및 SME 사전인증. 이행규정 (EU) 2025/2067(2025년 10월 16일 관보 게재)에 의해 표준 수수료가 19.5% 인상되어 2025년 11월 5일부터 적용 중입니다. SME 감면율은 유지되나, SME 지위 확인이 사후검증(ex-post)에서 사전검증(ex-ante)으로 전환되어 2027년 2월 5일부터 제출 최소 2개월 전 인증 신청이 필요합니다. 인정 시 3년간 유효합니다.
CLP 표시 규정 시행일 재연기. 규정 (EU) 2025/2439로 라벨 형식·광고·원격판매 등 개정 CLP 경과규정 적용일이 2028년 1월 1일로 연기된 데 이어, 2026년 6월 17일 이사회와 유럽의회는 옴니버스 VI 잠정 합의에서 이를 2030년 1월 1일로 추가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정식 채택은 2026년 중 예정입니다.
6. 결론 및 대응 권고
의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대규모 입법이 멈춘 대신, 회원국 표결만으로 처리되는 부속서 개정과 통관·시장감시 집행이 전면에 나섰습니다. 위 3~5장에서 본 것처럼, 실제로 확정되었거나 표결 단계에 있는 조치는 전면 개정 논의가 진행되던 시기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입법 절차는 최소 2~3년의 준비 기간을 주지만, 부속서 개정과 시험방법 갱신은 초안 공개에서 발효까지 1년 안팎이며 별도 유예도 짧기에, 법령을 상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고는 2026년 8월 초 공개된 정보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초안 단계의 규정은 채택 과정에서 내용이 변경될 수 있으므로, 개별 사안에 대한 최종 확인이 필요합니다.
문의 : chem@ktr.or.kr
